천연발효식초/식초이야기

감식초 이야기

하제식초 2015. 5. 19. 22:10

 

 

 

흔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초중의 하나로 감식초를 손꼽습니다.

그리고, 그 앞엔 "전통" 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감식초를 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이렇게 주장합니다.

"항아리에 깨끗이 씻은 감을 넣고 밀봉하고 일년이 지나면 식초가 된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방법이다.."

"천연이다.. 자연의 힘이다..."


과연 그럴까요....^^;;

그래서 좀 뒤져봤습니다.

과연 우리 조상들도 이렇게 담았는지...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1613년에 나온 고사촬요라는 책에서 처음 감식초에 대한 내용이 나오네요..


"감이 막 빨갛게 익을 때 따서 꼭지를 제거하고 항아리에 담아둔다.

시간이 지나 곰팡이가 생기면 청주(맑은술)을 붓고 또 누룩 1덩이를 불에 구워 항아리에 담가두면 바로 좋은 초가 완성된다.

초가 떨어지면 다시 술을 붓고, 구운 누룩을 넣으면 몇년을 사용해도 감을 더 넣을 필요가 없다."


지금 감식초를 하시는 분들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제조법입니다.

그럼 다른 기록도 찾아볼까요...??

혹시 항아리에 넣고 밀봉하고 일년.... 이런 기록이 있을지도....


고사선서 (1771년)

감이 빨갛게 익으려고 할때 따서 꼭지를 제거하고 항아리에 담아둔다.

며칠이 지나 곰팡이가 생기면 맑은 술을 붓고

또 누룩 1덩이를 불에 구워 담으면 바로 좋은 식초가 완성된다.

식초가 다 떨어지면 다시 술을 붓고, 누룩을 불에 구워 넣으면 비록 몇 년이 지나더라도 다시 감을 넣지 않아도 된다.


18세기 박해통고

감이 빨갛게 익으려고 할 때, 따서 꼭지를 제거하고 항아리에 담는다.

날짜가 오래 지나 곰팡이가 생기면 청주를 붓는다,

또 누룩 한덩이를 불에 구워 항아리 속에 담기 놓으면 좋은 초가 된다.

식초를 다 사용하면 다시 술을 뭇거나 누룩을 구워 항아리 속에 담가 놓는다.

몇년이 지나도록 감을 다시 넣지 않아도 맛은 아주 달고 시다.


임원십육지

8월에 저절로 떨어진 감을 주워 항아리에 담고 두텁게 덮어 싸서 두면 곰팡이가 생긴다.

맑은 물을 항아리 가득 붓고 좋은 술을 넣어 숙성되면 떠서 사용한다.


고문서는 대부분 처음 씌여진 것을 기초로 좀 더 살을 붙여 만들어지기 나름인데

어째 감식초는 17세기에서 18세기로 넘어가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기록됩니다..


공통적으로 감이 무르면 술을 넣고 누룩을 넣어 식초를 만듭니다.

이것은 감이 무른다고 해도 그 자체로 식초에 적합한 알콜도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술을 첨가하고,

종초(씨)의 개념으로 누룩을 넣어 식초를 만듭니다..


지금 감식초 만드는 분들이 주장하는 방법보다는

천연식초를 강의하는 분들이 말하는 방법에 더 가깝습니다.

청주 대신에 설탕과 효모를 넣어 술을 만들고, 술이 되면 종초를 넣어주는 것...


그럼.. 대체 그냥 감만으로 만드는 것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들은 풍월로는 1980년대에 경북지방에 감이 대풍이었다고 합니다.

해서 감을 거리에 산에 밭에 막 버리고.. 할정도였는데,

그때 관공서에서 주관해서 감식초를 제조했다고 합니다..

할머님들이 전해주는 항아리에 넣고.. 그냥 놔두기...

어쨋건 그렇게 해서 일년후쯤 항아리를 개봉하고 농진청에 품질검사를 의뢰했는데

대부분의 총산도가 식품으로 가능한 4%에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감식초 대량폐기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경북도지사, 농진청 관계들이 모여 고심한 결과로

100% 감만을 사용했을 경우에만 2.4% 이상이면 식초로 인정하기로 했답니다..

그 이후에 총산도는 2.6%로 조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감식초는 꼭 감으로만, 다른 첨가물 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생긴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낮은 총산도로 인해 요즘엔 설탕을 넣고 알콜도수를 높여 총산도가 4% 이상이 되는 감식초도 많고,

감 자체를 아주 단 것들만 골라서 만들어 총산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결론을 내보면 "100% 감" 이란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역사적인, 전통적인 방법에도 역시 술과 누룩이 들어가니까요...


그럼 아무것도 넣지 않고 100% 과일로만 초를 만드는 기록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제가 아주 당도 높은 복숭아가 있으면 한번 해보고 싶어했던... 복숭아식초..


임원십육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무르게 익은 복숭아를 항아리에 담고 주둥이를 막아 두었다가

7일이 지나 건져내서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밀봉해 둔다.

14일이 지나면 초가 완성된다. 맛이 아주 향긋하고 좋아 식용으로 쓸 수 있다.

매실초도 당연히 이 방법에 따라 만들 수 있다 <본초강목>


안타깝게도 감식초 만드는 분들이 주장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감이 아니고.. 복숭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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