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맛있는 이야기

천연발효액으로 천연발효종 만들기

하제식초 2012. 9. 5. 00:41

보통 빵을 만들때 이스트(효모)를 씁니다.

이것은 미생물의 일종으로 흔히 효소라는 것을 만들때 쓰이는 미생물과 같습니다.

또는 술을 만드는 누룩에도 포함되어 있어 알콜을 만드는데도 쓰이지요.

효모는 인간과 제일 가까이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에 하나이고,

그냥 공기중에 존재하며 발효온도와 조건이 인간의 생활환경과 비슷합니다.

 

제빵시 사용하는 이스트는 이 효모를 선별해 그것만 증식시켜 집약시켜 놓은 일종의 덩어리입니다.

다른 비유로 치면 개량누룩, 혹은 개량 메주를 만들때 쓰는 백국균이나

일본의 낫또를 만드는 때 쓰이는 균(낫또균)같이 단일균을 증식시켜 놓은 것입니다.

 

균이 집약되어 있으니 이 균덩어리를 쓰면 훨씬 발효도 잘 되고 맛도 좋은 듯 싶지만

실제 개량누룩이나 개량메주, 낫또등은 천연메주나 자연발효누룩등으로 만든 장이나 술, 청국장보다 맛이 떨어집니다.

깊고 풍부한 맛이 단일 미생물로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죠..

 

빵 역시 발효식품의 한 종류로 발효제인 이스트를 사용합니다만,

아주 아주 예전엔 이런 식으로 천연발효액을 이용한 발효종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집집마다 혹은 가게마다 빵맛이 달랐고, 명품 빵집, 정말 맛있는 집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건 서양의 경우를 말합니다..^^;;

마치 장이나 술이 같은 콩, 누룩을 써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 빵도 그랬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번 맛이나 보려고, 이 천연발효종을 만들어 봅니다.

만들기는 의외로 쉽습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입니다...ㅎㅎ

 

우선 발효종을 만들려면 발효액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기중에 있는 미생물을 잡아다 증식시켜야 하죠.

 

이웃분이 직접 기른 포도.

품종은 모르지만 향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처음 맛봤을때 든 생각이 "이것으로 술이나 식초를 만들면 정말 끝내주겠군~" 이었습니다.

그러나..... 딱 한그루 뿐이라고 해서.. 아껴 먹다가 이것으로 천연발효액을 만들려구요...

 

 

보통 과일과 물을 1:1 비율로 섞은 후 설탕을 조금 넣어줍니다.

과일을 쓰는 이유는 과일이 적당한 당도(미생물의 먹이)가 있으며 구하기도 쉽고,

과일의 표면엔 미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어 도움을 받기 위해서죠..

과일은 잘게 부숴주는 것이 좋고 설탕(미생물 먹이)은 잘 녹여줍니다.

밀봉보다는 개봉반, 밀봉반 정도로 맞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미생물이 증식하기 위해선 먹이와 산소가 필요합니다.

먹이는 과일 속의 당분과 넣어준 설탕이고 반개봉 상태로 공급된 산소로 호흡을 합니다.

 

 

실온에서 2-3일 지나면 작은 거품이 일기 시작합니다.

미생물은 증식하면서 산소호흡을 하는데 사람처럼 공기를 먹고 알콜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공기방울이 생깁니다. 

하루 한번씩 흔들어 거품을 빼줍니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다시 거품이 왕성해집니다.

처음 거품이 생기면서 1-2일이 지나면 미생물의 증식이 제일 활발할때입니다.

즉, 균이 많아졌다는 말이죠.

 

 

이때 잘 걸러 액만 따로 담아놓습니다.

이 액이 바로 천연발효액입니다.

 

 

이 거른 액을 설탕을 조금 넣어준 상태로 냉장고에 하룻밤 재웁니다.

이것은 전통주를 만들때 발효력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살짝 빌려와 봤습니다.

한창 발효가 왕성할때 냉각을 시키면 비실비실한 균은 사멸되고

개중 가장 튼튼하고 강력한 균들만 살아남아 버틴다고 합니다..

냉장후 다시 실온에 꺼내면 그 강력한 균들이 증식해서 원하는 결과물이 아주 맛있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냉장고에서 하룻밤 지낸 발효액을 꺼내 한두시간 실온에서 온도를 높인 후

동량의 밀가루와 설탕을 약간 첨가해 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죽해 놓습니다.

 

 

이것이 천연발효종입니다.. 

술로 말하면 밑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빵을 만들기 위한 씨반죽 같은것.

 

 

랩을 씌우고 구멍 하나를 뚫고 다시 실온에서 발효를 시킵니다.

처음 반죽,

 

 

3시간 후 퍼진듯한 반죽,

 

 

7시간 정도 지난 반죽..

표면이 훨씬 부드럽고 뽀록뽀록 거품이 맺혀있습니다.

 

 

이 천연발효종은 시간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처음 반죽의 2-3배 정도 되면 제대로 천연발효종이 완성된 것입니다.

 

 

반죽을 비비거나 치대지도 않았는데 찰기가 장난 아니죠.

반죽이 한덩어리로 뭉쳐 다니고 윤기가 흐르면 일단 어느 정도 발효는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전 약 1.5배 정도 발효된 반죽을 다시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뭐 시간도 없었지만, 본반죽을 하기엔 시간도 모자라서...

 

다음날 오전 이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빵반죽을 할 예정입니다.

원하는 빵은 치아바타와 바게트..

 

근데 한번 만들어 다 써버리면 다음에 또 천연발효액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생기겠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이것은 일종의 씨반죽으로

반죽의 일부만 덜어내 빵을 만들고 남은 씨반죽에 다시 밀가루와 수분, 설탕을 섞어 준 후에 하룻밤 발효를 시킵니다.

그럼 이 씨반죽은 새롭게 먹이가 공급되기 때문에 다시 증식하게 됩니다. 새로운 발효종이 되는거죠..

이것을 매일매일 반복했답니다..

기술이 좋은 집은 중간에 반죽을 버리는 법 없이 계속 증식시켜 썼다고 하죠..

그러나 일반적으론 이 씨반죽은 약 일주일 정도 지나면 쉬어버립니다~~

 

그러나... 매일마다 빵을 먹는게 아니니.. 전 이 반죽을 그냥 다 써버릴 겁니다..

대신, 성공하게 되면 생이스트 없이도 인스턴트 이스트 없어도 언제든지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릴뿐....ㅎㅎ

 

참, 이 발효종은 밀가루 양의 4-50%를 넣으시면 됩니다.

즉, 밀가루 100그램이면 발효종은 40-50그램 정도 넣으시고, 나머지 재료는 밀가루 양에 비해서 넣어주심 됩니다..

 

 

'일상다반사 > 맛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연발효에 대한 몇가지들.  (0) 2012.09.06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치아바타..  (0) 2012.09.05
오이지 맛나게 무치기  (0) 2012.08.29
망했다.  (0) 2012.08.29
노란쥬키니 치즈구이  (0) 201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