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소소한 일상

가을 2

하제식초 2013. 8. 20. 10:55

 

'벌써" 혹은 "웃기시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겠지만

내 몸은 알고 있다. 가을이 왔다는걸, 환절기라는걸...ㅠㅠ

 

몇일전부터 이유없이 시름시름 아파오고,

목구멍도 간질간질,

선풍기만 쬐면 재채기,

그러니 이유없는 짜증까지...

 

손바닥 가득 침을 놓아주며 한의사가 한마디 한다.

"환절기잖아요..."

잉....

 

산골 손바닥만한 허름한 방의 창문을 통해

투명한 가을바람이 들어온다.

아무리 최신형 에어콘이라도

이 투명한 산골의 가을바람은 흉내낼 수 없으리라...

 

올 가을은 또 얼마나 날 망가뜨리고 갈까..

 

++++++++++++++++++++++++++++++++++++++

 

얼마전 오래전 지인들을 만났다.

이십여년만의 모임.

같은 추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시간과는 상관없이 마치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마음속에 자리잡는거 같다.

 

전혀 다른 시간, 공간, 환경에서 인생의 반을 보냈으면서도

마치 얼마전 만났던 사람들처럼,

그런데 이 뭐지...

반가우면서도 서먹하고,

친근하면서도 낮선.....ㅎㅎㅎ

 

 

에로시티즘의 대명사인 쉴레는 이런 그림도 그렸다.

내가 좋아하는 쉴레는 사물을 이렇게 보는 쉴레다.

 

 

물론, 적나라하게 성을 그려냈던 쉴레의 눈도 이것과 같은 것이겠지만

그는... 뭘 보고 싶었던 것일까..

 

 

어이.. 쉴레씨.

남들은 아름다고 화려한 나무를 보고자 하는데

지지대에 묶여 삶을 연명하려고 바둥거리는 말라 비틀어지는 나무는

당신에게 희망을 준 것인가요..

아님 절망을 준 것인가요..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도 보면서 왜...

당신의 말라 비틀어진 빛을 잃은 나무가

내 마음속에서 자리잡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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