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음식/장류

멀고도 험한 보리고추장 담기 - 후편

하제식초 2012. 11. 17. 03:09

메주도 준비되었으면 이번엔 보리를 준비합니다.

보리고추장은 크게 담는 법이 2가지 입니다.

보리를 엿기름에 삭혀서 쓰는 것,

보리를 청국장처럼 띄워서 쓰는 것,

번외로 두가지를 섞어 띄운 보리를 엿기름에 삭혀 쓰는 것.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어짜피 항아리 속에 섞여 들어가 익으면 구수하고 달큰한 보리고추장의 맛을 내니까요..

 

엿기름에 삭히는 것은 식해만드는 것과 동일합니다.

분량의 엿기름 물을 내고 보리밥을 지어 섞어 삭혀 거른 후 다려서 보리조청을 만들어 씁니다.

 

전,, 보리를 띄우는 방법을 해봅니다..

보리를 띄울때 청국장 같은 냄새가 난다는데

청국장 냄새는 콩의 단백질이 발효되어 나는 냄새입니다.

어찌 보리(탄수화물)이 발효될때 비슷한 냄새가 나는지 궁금했습니다..

 

보리는 고춧가루의 반 혹은 1/3 분량 정도를 장만합니다.

깨끗이 씻어 하룻밤 불립니다.

 

 

예전엔 불린 보리쌀을 그냥 쪄서 띄워 쓴다고 하던데

그렇게 하면 저 보리의 가운데 심이 돌아다니곤 했답니다.

 

막장도 마찬가집니다.

처음에 그냥 담았더니 찌게나 국만 끓이면 저것이 둥둥...

그래서 방앗간에서 빻아 쪄달라고 했었죠...

 

그래서, 불린 보리쌀을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고 살짝 건조시킵니다..

그리고 믹서기에 갈아... 이렇게 분쇄를 합니다..

믹서기가 사랑스러워요...ㅎㅎ

이대로 찌면 방앗간에서 쪄온 상태가 될듯 합니다~~

 

 

시루에 갈아놓은 보릿쌀에 약간 물을 줘서 한시간 정도 찝니다..

작년에 장만한 반말짜리 시루도 내심 장합니다...ㅎㅎ

방앗간에서 쪄온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마치 청국장 띄우듯 소쿠리에 면보를 깔고 올려 이불로 싸매둡니다..

청국장은 보통 3-4일이면 뜨는데.. 욘석은 3일이 지나도 감감이데요..

 

어릴적에 담아본거라 기억이 가물거린다는 엄마도 3일째가 되자 내심 불안했나봅니다..

제가 슬쩍 "그냥 저 보리 엿기름물에 풀어 다려버리자..."하니 가타부타 대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모르니 하룻밤만 더... 

 

그리고 다음날 이불을 들춰보니 앗.. 정말 콤콤한 청국장 냄새가 납니다...!!

엄만 의기양양하여 것보라고 ....^^;;

다행히 다시 가마솥 붙들고 낑낑대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렇게 다시 몇일을 지나자........ 보리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뿌연것은 스팀.

색도 진해지고, 군데군데 물이 고이기도 하고 하얀 곰팡이가 올라앉은 것도 2군데 발견했어요..

 

무엇보다 신기한 것이 바로 이......... 끈기...!!

마치 청국장처럼 실이 생기는데....

냄새도 영락없는 청국장입니다.

 

거의........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청국장보다는 훨씬 오래 걸립니다.

 

 

수저로 뒤적거리니 보리쌀 끈적거리며  뭉개집니다..

혹시나 싶어 마구 코를 들이대며 냄새를 맡아도 쉰내나 역한 냄새는 없습니다.

청국장은 코끝이 쌩~한 느낌도 있지만

이건 부드러운, 마치 청국장 전문식당 문밖에서 맡는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김장 하다 말고 고추장을 담습니다...ㅠㅠ

자세한 레시피는 정리후에 추가하고...

 

여기저기서 얻은 조청(선물받은 유기농조청, 조청테마마을 산거, 교육중 당첨되어 받은 전통조청등등...) 2키로를

팔팔 끓인 7리터의 물에 잘 풀어줍니다.

 

 

여기에 위의 보리를 섞고 잘 풀어준 후에 잠시 놔둡니다..

그래도 달달한 엿물이라 미쳐 풀어지지 않은 보리가 알알이 다 풀어집니다.

 

 

준비해둔 메줏가루를 넣습니다.

메주는 방앗간에서 곱게, 고추장용으로 빻아옵니다.

밀가루처럼 곱게 빻아야 하죠..

곱게 풀지 않아도 대충.. 풀어놓고 엿물이 따듯할때까지 좀 식힙니다.

 

 

이제.. 고춧가루를 넣습니다.

3키로를 빻았습니다.

 

 

섞어~~ 섞어~~~

고춧가루가 거의 풀어지면 이번엔 천일염을 넣고 다시 섞어 섞어.....

 

가루가 보이지 않으면 1-2시간 정도 놔둡니다.

천일염도 녹고 고춧가루도 어느정도 불어야 전체 농도를 맞출 수 있습니다.

다른 고추장보다는 몽글거리는 보리가 그대로 있습니다.

익으면서 삭아 형태가 삭아 없어지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보리고추장은 보리가 삭으면서 물이 되기 때문에

농도를 다른때보다 약간 되직하게 맞춰도 됩니다.

 

다 섞고 나서 너무 되직하면 소주를 부어 농도를 맞춥니다.

소주는 익으면서 알콜이 날라가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전통곡주(청주나 청하)등을 써도 되지만, 양주는 향이 강하고 남아있기 때문에 쓰지 마세요..

 

간은 짜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싱겁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가을에 담는 장이라 추운 날씨 덕에 쉬지 않으니 소금을 덜 넣어도 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한겨울을 익혀 봄이되면 먹을 수 있습니다.

 

질기도 염도도 다 맞췄으면 항아리에 넣고 햇빛 좋은 곳에 둡니다.

겨울이니 뚜껑을 열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지로 덮고 고무줄로 묶은 다음 뚜껑을 닫아둡니다.

가끔 생각나면 햇빛 좋을 때 열어 볕을 쬐게 해주면 됩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보리고추장 담기가 끝났습니다..

내년 봄.. 맛난 고추장을 기대해봅니다..

 

찹쌀이나 매실발효액이 안들어가서

볶음도 찌게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겠죠.

 

 

 

 

담은지 일주일 된 고추장.

항아리에 넣어 한지로 입구를 막고 유리뚜껑을 덮었습니다.

겨울 내내 이렇게 놔두었다가 봄이 되면 한지를 벗기고,

여름이 되면 유리뚜껑을 항아리뚜껑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2-3일후에 찍어 먹어보니 좀 싱거운 듯해서 소금을 한줌 뿌려두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보리가 삭아서 그런지 표면에 벌써 물기가 어려있습니다.

처음 담았을때 조금씩 보이던 건더기가 많이 사라져있습니다.

 

평소 성격 같았으면 그냥 주걱 넣어서 휘휘 저어주고 싶지만...

그냥 꾹 참고, 맛나게만 익으라고 항아리를 토닥여주는 것으로 끝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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