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발효식초/식초 이모저모

식초, 칼슘 흡수 촉진ㆍ숙취 해소 근거없어

하제식초 2013. 4. 20. 21:01

식초에 대한 엉터리 정보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식초가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고급 건강 음료라고 우기는 엉터리 기사도 등장했다. 항산화 기능을 가진 알칼리성 식품이라던 식초가 이제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체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제거해서 숙취를 해소시켜주고, 칼슘 흡수도 도와준다고 한다. 식초에 항비만 성분이 들어있다는 주장도 있다. 모두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일 뿐이다.

식초는 약한 유기산(有機酸)으로 분류되는 아세트산이 4% 정도 녹아있는 묽은 수용액이다. 식초가 신맛을 내는 것도 아세트산 때문이다. 식초에 들어있는 아세트산이 우리 몸에서 특별한 생리작용에 관여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실제로 식초의 신비한 효능에 대한 주장은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을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코린'이나 세포의 호흡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틸 조효소'와 구별하지 못한 오류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식초의 신맛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식초가 전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양념으로 사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신맛은 포도당의 단맛, 소금의 짠맛, 독극물의 쓴맛, 글루탐산의 우마미(감칠맛)와 함께 우리가 생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본적인 맛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서 식초의 신맛을 인식하는 전용 감각 수용체를 갖게 된 것은 신맛이 우리의 생존에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초의 신맛에서는 두 가지 생리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신맛은 유기물이 부패할 때 만들어지는 산(酸)의 대표적인 맛이다. 음식의 신맛은 음식의 부패가 시작되었다는 경계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상한 우유에서 나는 신맛이 대표적인 경우다.

식초의 신맛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식초가 포함된 식품에서는 부패균이 자라지 않는다. 식초가 부패를 일으키는 박테리아에 치명적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독특한 신맛을 내는 레몬이나 감귤의 구연산(시트르산)도 그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음식을 식초에 절이면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다. 식초를 양념으로 넣은 음식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식품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식초나 구연산을 신선하게 느낀다.

과일이나 곡물을 발효시켜서 만든 `발효식초'가 화학적으로 합성한 아세트산으로 만든 `합성식초'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은 성급한 것이다. 합성식초의 원료를 `빙초산'(氷醋酸)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빙초산은 `무수 아세트산'을 뜻한다. 식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정제한 식용 빙초산이라면 합성식초의 원료로 쓸 수 있다. 진짜 공업용 빙초산으로 합성식초를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합성식초가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아세트산만으로는 모두가 좋아하는 식초의 오묘한 맛을 낼 수 없다.

그러나 발효식초의 신비한 효능이 합성식초에 포함된 다양한 유기산과 같은 `불순물' 때문이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 그런 불순물 때문에 화학적으로는 산성인 것이 분명한 식초가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된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다. 발효식초에 들어있는 불순물의 종류와 양은 발효식초에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불순물의 종류와 양이 크게 다른데도 똑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홍초(紅醋)의 붉은색은 식초의 원료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안토시아닌이 암, 노화, 염증, 당뇨 등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홍초가 신비의 의약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안토시아닌을 이용한 의약품은 지금도 개발 단계에 있다. 특히 홍초를 핑계로 한 과음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과학독서아카데미 회장)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3022802011557650001

'천연발효식초 > 식초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갖고 싶다. 이 용기.  (0) 2014.11.23
식초 만들때 필요한 여러가지 용기  (0) 2013.08.28
초항아리  (0) 201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