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발달과 인구증가로 전통적인 산림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산림휴양, 산림문화, 기후변화대응 등 산림의 새로운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산림청 녹색사업단과 함께 저탄소녹색성장시대 모델인 산림정책을 분야별로 조명해 보고자 한다. 네 번째 순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산림치료에 대한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독일, ‘산림치유’ 의료보험으로 지원
치료목적 숲길 조성부터 의료진 참여
의사 진료 1회, 크나이프 프로그램(물치료) 참여, 60분간의 물치료 2회, 90분간의 노르딕워킹 2회, 60분간의 요가 2회. 5일간 진행되는 이 과정은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작은 도시 바트 뵈리스호펜의 한 쿠어호텔(치료 목적의 호텔)에서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의사의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용(숙식비 제외)은 195유로(우리돈 약 30만원)지만 의료보험사에서 150유로를 지불한다.
바트 뵈리스호펜에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쿠어호텔이 모두 142곳이나 된다. 침상 수는 5000개가 넘는다. 호텔마다 전문 치료사들이 상주해 있고, 온천물을 이용한 치료시설들도 갖추고 있다. 호텔 등급과 치료 프로그램에 따라 비용은 다양하지만 도시 전체가 모두 이 같은 치료·요양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한해 100만명 다녀가는 휴양도시 = 바트 뵈리스호펜은 독일의 동남부 국경지대에 있는 인구 1만4000명의 작은 도시다. 독일의 지명 중 바트(Bad)가 붙어 있는 곳은 모두 온천이 있는 도시다.
바트 뵈리스호펜은 과거 주민들이 목축업 등에 종사하며 생활하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120여년 전인 1889년 세바스티안 크나이프(1821~1897) 신부가 자신이 주창한 크나이프 요법(물과 운동, 허브식물 등을 활용한 자연치료의 한 방법)을 이용한 치료시설을 마련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치료시설과 호텔, 펜션 등이 건립되기 시작했고, 1920년에는 온천까지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치료·요양 도시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한 해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치료와 요양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바이에른주 통계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바이에른에서 숙박을 하고 간 방문자가 쓰고 간 돈이 주 전체 평균은 89.6유로이지만 바트 뵈리스호펜은 124.8유로나 된다. 전체 금액은 1억3777만유로다. 우리 돈으로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크나이프 신부에 의해 120여년 전부터 자연을 활용한 각종 건강 프로그램을 개발한 덕에 한 마을이 자손대대로 먹고 살게 된 셈이다. 지금도 마을 중앙에는 크나이프 신부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고, 마을 곳곳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들이 서 있다.
시 공무원인 울리케 카르프스타인(58)씨는 “이 도시에서 크나이프식 치료와 관련된 종사자만 7000~8000여명에 이른다”며 “도시 전체가 크나이프 요법 덕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의사 처방만 받으면 건강보험 적용 = 이 도시에서 운영하는 호텔과 식당 등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물론 치료 과정에 필요한 전문 강사들 역시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다. 60대 이상 노인들도 적지 않다. 이곳의 상당수 시설들은 시 정부 소유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주식공모를 통해 주주로 참여했기 때문에 사실상 주민 소유나 마찬가지다. 마을에서 생기는 이익이 고스란히 주민들 손에 들어가는 구조다.
물론 이 도시가 이처럼 치료·요양 도시로 성장한 데는 잘 갖춰진 건강보험과 연금의 영향도 컸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아서 온다. 연금생활자들도 치료와 요양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이곳에 오려면 의사로부터 ‘이 사람은 숲속에서 자연요법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겠다’는 처방을 받으면 된다. 그러면 비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요양차 이곳을 찾은 사라 슈마허(55)씨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곳에서 7일을 머물고 있다”며 “물치료나 노르딕워킹은 물론 식사까지도 자연식을 챙겨주기 때문에 치료와 요양에는 이 보다 좋은 조건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설계한 치료목적 숲길 = 이곳의 치료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노르딕워킹 같은 숲길 산책이다. 노르딕워킹은 스키 탈 때 쓰는 폴대 두 개를 양손에 잡고 숲길을 걷는 것을 말한다.
이 도시에는 전체 250㎞의 숲길이 조성돼 있다. 도시 안쪽 길도 모두 산책로다. 도시를 둘러싼 모든 숲에도 산책과 운동을 위한 숲길이 있다. 대표적인 치료숲길인 ‘크나이프 발트 벡’의 경우 5개 구간 100㎞가 조성돼 있는데, 크나이프 식의 치료방법을 적용해 설계됐다. 산책로 중간 중간 35곳의 치료 프로그램 운영 거점과 40곳의 하부 거점을 설치했다. 몸무게 73㎏인 사람이 시속 3㎞로 이 길을 걸을 경우 1분당 3.1㎉가 빠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독일의 크나이프 의사 연맹에서 조사·설계했다. 치료 목적의 숲이라는 게 실감나는 대목이다.
울리케씨는 “숲길 산책이나 노르딕워킹도 치료과정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자격증을 갖춘 전문 강사와 동행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노인들의 천국 = 독일에서 들른 또 다른 휴양도시 바트 쯔. 바트 뵈리스호펜처럼 바이에른주에 속해 있으며, 해발 660m의 고원지대다. 인구도 1만7600여명으로 바트 뵈리스호펜과 비슷한 규모다.
이곳 역시 치료와 요양을 목적으로 한 방문객이 주를 이루는 도시다.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일반 관광객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나 요양을 위해 온 은퇴한 연금생활자다.
이 도시에 있는 쿠어호텔들의 프로그램도 바트 뵈리스호펜의 호텔들과 비슷하다. 한 쿠어호텔의 일주일짜리 요양 프로그램이 물리치료 2회, 운동치료 1회, 노르딕워킹 1회, 자전거투어 1회, 트레이닝요법 강좌 1회, 마사지 2회, 숲 한나절 걷기, 자전거 3일 대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숙박비용을 포함해 호텔등급에 따라 299~549유로를 받는다.
바트 쯔의 한 호텔에서 만난 랑게 헬가(75·베를린)씨는 노후를 이곳에서 보내도 좋을지를 결정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녀는 “1주일째 이 머무르고 있는데, 도시의 의료서비스와 프로그램, 자연 경관 등이 마음에 든다”며 “노후를 이곳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만난 베르크 뤠어(82)씨 역시 노후를 이 도시에서 보내고 있는 연금 생활자다. 그는 4년 전 부인이 죽고 이곳에 있는 전문요양원에 입원했다. 1000유로에 가까운 비용은 연금으로 충당한다. 그는 “훌륭한 의료서비스와 수려한 자연환경 탓에 이 도시에서의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이곳에서 여생을 즐기다 생을 마감할 것”이라고 했다.
바트 쯔에도 치료 목적으로 조성된 41.1㎞의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코스 내 13곳에 예술 작품을 설치해 공원을 조성했는데, 경치 좋은 곳에서 예술작품을 보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바트 쯔 시청 한 관계자는 “강을 기준으로 도시의 절반은 치료와 휴양을 목적으로 조성됐다”며 “치료·요양 서비스는 온천 관광과 함께 바트 쯔의 가장 큰 수입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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