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전엔, 아주 옛날엔, 아니 더도말고 덜도말고 20년전엔
전화와 편지, 좀 있어보이려면 삐삐와 전자메일이 최고였다.
전화기를 노려보며 오지않는 연락에 혹은 수화기를 통해 건네오는 목소리를 그리워하며,
퇴근길 소품가게에서 새로나온 이쁜 카드가 없는지, 편지지가 없는지 들러보고
생일카드, 축하카드, 그냥 예쁜 그림이 있는 카드, 편지지들을 모았다.
지금도 구석방 책장 아래 어딘가 뒤지면 알록달록 총천연색 편지지가 한무더기 나온다.
때되면 그것들을 주욱 늘어뜨려놓고
어떤 카드를 쓸까, 무슨 색 펜으로 쓸까, 어떤 문구를 넣을지 연습장에 이것저것 써보았고,
밤에 몰래 편지지를 꺼내놓고 쓰고 싶은 말을 한가득 머릿속에 채워넣고
몇번을 펜을 들다가 잠이 들고는 다음날 침이 흘러 얼룩진 편지지를 속상해 하며 버린 적도 많다.
그때가 더 사람과의 관계가 좋았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이 단계도 많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었지만
요즘처럼 키보드판 하나만 있으면 내 마음을 몇초 안에 전달할 수 있는 요즘보다
훨씬 깊고 두껍고 넓은 관계를 누릴 수 있었다.
얼마전 SNS교육을 받으면서
페이스북을 안한다고 하니 마치 원시인 보듯 한 강사.
다음보다 네이버 블로그를 써야하는 이유가 각종 외부사이트와 연동이 쉬워서 그렇다고..
그렇게 수십, 수백명의 트친, 이웃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 깊이 관계하는 사이라고 자랑하던데
과연, 그들이 이 강사의 강사타이틀을 빼고 인간적으로 챙기고 염려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이 첨단시대에 농촌에서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고
소농으로 비지니스를 하기 힘들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굳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희미해지는 노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보건만
블로그에 페이스북에 트위터에 온갖 미사어구와 보기 좋은 사진을 올리는 것에 신물이 난다.
그렇다고 상업용(!), 개인용 따로 운영하자니 등골이 휜다....ㅠㅠ
어제 티비에 울동네 나물소식이 올라왔다.
열심히 나물농장을 운영하는 분인데 노력만큼 결실이 없어 안타깝다.
중간중간 울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