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음식/전통주

2013 오미자주 담기

하제식초 2013. 2. 12. 15:05

전통주는 막걸리와는 약간 다릅니다.

요즘 막걸리학교도 많이 생기고, 강습도 많이 하지만

저는 청주에서 탁주, 막걸리까지 뽑는 전통주를 배웠기 때문에 이렇게 담습니다.

술맛은 이렇게 담는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이유는 이것도 발효식품이라고 적절한 발효과정과 충분한 숙성을 하기 때문이죠.

 

전 전통장을 배우다가 전통주 교육을 받고 술에 홀딱 빠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술제조의 다양성에 반했고,

다른 주류인 소주나 맥주, 와인, 양주들보다 훨신 풍부한 맛과 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 술은 못합니다...ㅋ

하지만, 술이 만들어져가는 과정도 재밌고, 간간이 술향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 무엇을 넣고, 어떻게 섞고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재밌습니다.

이것도 만들어 볼까.. 이렇게 만들어볼까.. 이러면 맛이 어떨까.. 저러면 향과 색이 더 좋을까.. 등등.

다른 발효식품과는 달리 도전할 분야도 많고

뒷걸음치다 소잡는다고 혹시 아나요.. "나만의 술"이 나올지....^^;;

 

우선, 술을 만들려면 누룩이 필요합니다.

원래 술의 기둥은 누룩입니다.

누룩을 어떻게 빚냐에 따라 술이 달라지기 때문이고,

전통적으로 유명한 지역의 명주는 만드는 방법보다는 누룩을 다르게 만들었죠.

하지만,, 아직까지 전 거기에 미치지 못하기에....

그냥 국내 3군데 남은 전통누룩중 하나인 송학곡자의 누룩을 씁니다.

 

누룩은 술담기 몇일전 법제과정을 거칩니다.

균덩어리라 유통기한은 딱히 없지만 되도록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되

술담기 전에 3-5일정도 햇빛 아래서 바람도 쐬고 햇빛도 쬐고 이슬도 맞아가며

잠들어있는 균들을 흔들어 깨워 준비시켜야 합니다..

 

이번엔 오미자액을 처음부터 넣고 밑술을 담습니다.

그냥 막걸리를 만든다면 밑술을 담을 필요는 없습니다.

밑술은 최소의 누룩이 최고의 발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덧술 말고도 향이나 맛, 기능을 높이기 위해 약재나 다른 재료를 첨가할때

발효력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발효력이 좋도록 하거나

두번, 세번 덧술을 하면서 좋은 청주만 뽑기 위해서 밑술을 만듭니다.

그냥 막걸리를 드시려면 단양주로 담아도 충분합니다..

 

누룩은 누룩곰팡이의 준말로

누룩 한덩어리에는 99%의 누룩곰팡이와 1프로의 효모, 젖산균, 기타미생물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누룩의 역할은 술밥의 전분질을 당화시킵니다.

즉, 백미나 찹쌀, 조, 수수, 옥수수, 감자, 고구마등의 전분을 당화시켜 분해시킵니다..

분해시켜놓은 당질을 효모가 먹고 알콜발효를 하면서 술을 만들죠..

여기에 일부 젖산균이 역시 당질을 먹고 증식하면서 일종의 방부제 역할을 해서

다른 잡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전통주에서는 1차 발효는 최대 48시간입니다.

이틀안에 항아리 속에선 이 누룩의 당화, 효모의 알콜발효, 젖산균 발효등.. 복합발효가 이뤄집니다..

때문에 온도를 잘 지켜주고, 술 상태를 확인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뭐 말로 설명이 힘들고 몇번 경험하시면 대충 항아리 표면만 만져봐도 대충 온도가 감지되고

귀를 대서 뽀록뽀록 술익는 소리만 듣고도 대충.. 감지가 되지요....................라고,

건방지게 써봅니다...ㅎㅎㅎ 

 

그렇다면, 발효력을 높이려면 누룩을 많이 넣으면 되지 않냐... 하겠지만,

누룩도 효모도 젖산균도 미생물입니다.

미생물들은 각자 나름 자기들이 제일 잘 활동하고 증식할 수 있는 환경(온도, 습도등)이 있습니다.

어짜피 술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알콜을 만드는 효모는

알콜을 팍팍~~ 만들어 낼 수 있는 당도와 온도와 습도가 있습니다.

이 환경을 잘 맞춰줘야 알콜을 많~~~~~~~이 만들어줍니다.

 

밑술은 오미자액, 백미, 물, 누룩... 으로 담습니다.

고두밥을 찌는 중에 물, 오미자액, 누룩을 섞어 수곡합니다.

작년엔 그냥 밑술을 담고 덧술때 말린 오미자를 넣었는데 색과 맛이 별로였습니다.

이번엔 밑술부터 오미자액을 넣어봅니다.

 

고두밥이 다 되면 식혀서 수곡한 그릇에 넣어 잘 섞어줍니다.

오미자액은 직접 발효시킨 오미자발효액입니다.

나름의 방법으로 발효시킨 것이라 색과 맛은 진하지만 보통 음료로 먹기엔 달지도 않고

오미자 특유의 새콤하고 쌉싸름한 맛이 강합니다..

일부러 오미자술을 담으려고 신경써 담은거지요..

 

 

혼화가 잘 되면 입항을 합니다..

 거품이 뽀글뽀글 나는데 발효액 덕분인지 누룩 덕분인지...

고두밥이라 48시간 발효입니다..

한파가 덮쳐 이불을 겹겹이 씌워놓습니다.. 

 

 

45시간 정도 지난 후 열어보았습니다..

중간중간 항아리를 만져보니 온도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고두밥도 맘에 들지 않아 걱정했는데

그나마 걱정한거 치고 잘 나왔습니다..

이제 냉각에 들어갑니다..

 

냉각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 아주 강력한 발효균만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항아리 안에 최소한의 먹이와 최대의 누룩을 넣어 발효를 시키면

비실비실, 약한 애들은 먹이경쟁(증식경쟁)에서 소멸되고

강력한 녀석들만 살아남아 있습니다.

이 상태서 "냉각"이라는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애들에게

일종의 혹독한 환경을 만들어 뭐랄까.. 독하게 만드는거죠..

군인들을 최소한의 식량을 주고 까무러치기 직전까지 혹독한 극기훈련을 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서 잡균들과 어리버리한 애들은 다 탈락시키는...^^;;

 

 

하룻밤 냉각한 술표면입니다.

쌀은 모두 가라앉고 맑은 술만 윗쪽에 뜹니다.

밑술은 제조한지 3일안에 덧술을 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미생물들이라 너무 오래 굶기면 다 죽죠...^^;;

죽기 전에 덧밥을 지어 넣어주면 또 다시 펑~ 하고 폭발적인 발효를 합니다..

이렇게 두번 하면 이양주, 세번하면 삼양주..가 됩니다.

 

 

그런데 항아리의 표면을 보면 테두리가 보입니다..

밑술은 그 아래로 내려가 있구요..

이것은 술이 테두리가 올라온 데까지 끓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는 말인데

미생물이 증식하면서 열과 거품을 만들어냅니다.

때문에 부풀어올랐다가 가라앉으면서 표시를 하게 됩니다.

이 표시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가 제일 적당하다고 합니다.

너무 부풀어도 과발효, 너무 부풀지 않아도 술맛이 떨어지는데

그 차이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면 딱~ 적당하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잘 보일지 모르지만 한마디 정도로 적절하게 부풀었네요..

덜된 고두밥, 좀 많은 것같은 오미자액에 대한 불안감이 줄었습니다..

 

 

큰 다라이에 밑술을 덜어놓고 덧술을 찝니다.

찹쌀을 찝니다..

찹쌀은 멥쌀에 비해 전분의 양이 많아 술의 맛과 향이 더 좋습니다만... 가격이 좀...

아직은 찹쌀을 쓰지만 점차 멥쌀로 담아볼까 합니다.

그래서 멥쌀을 찾고 있습니다.

술 담을때 쌀은 그렇게 신경쓰지 않지만

술의 재료가 술, 물, 누룩, 딱 세가지 뿐이라 하나하나 좋은 재료를 골라 쓰는 것이

좋은 술맛을 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농진청에서도 술 만드는데 좋은 "쌀"까지 개발을 했을까요..

그럼 술만드는데 좋은 쌀에는 뭐가 필요할까요~~

딱 하나입니다.

누룩의 먹이가 되는 전분질이 많~~~~~고, 다른 잡것(!!??)이 없는것.

보통 쌀에는 탄수화물 말고도 단백질, 지방, 무기질등의 성분이 있는데

탄수화물 말고는 분해되거나 발효에 쓰이는 것이 없습니다.

해서 탄수화물의 양이 많고 잘 찧어진 쌀이 필요합니다.

요즘엔 현미를 많이 먹지만 현미는 덜 깎인 쌀이라 탄수화물 말고 다른 성분들도 많죠.

건강에 좋을진 몰라도 술에는 그다지 좋진 않습니다.

그래도 현미로 막걸리를 담기도 하는데, 이때는 누룩의 양을 늘려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술 속에 누룩의 맛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굳이 술을 먹으면서 현미에 있는 극소량의 단백질이나 각종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

술맛과 향을 포기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ㅎㅎㅎ

그냥 현미는 현미밥으로 섭취하고, 술은 따로... 한잔씩~

 

 

 

고두밥이 다 되면 채반에 널어 식힙니다.

여기서 중요한게 식히는 것과 말리는 겁니다.

절대 말리지 말고 식혀야 합니다.

손으로 만지면 말랑하지만 차가운 상태를 말합니다.

이건 자연적으로 식혀야 되지만 표면이 굳지 않도록 상태를 잘 살펴야 합니다.

한두번 뒤집어 주면서 식혀줍니다.

밥을 손등에 얹어 차가운 기가 느껴지면 밑술에 섞어 다시 혼화를 해줍니다.

 

 

술을 만들때 고두밥을 짓는 것은 되도록 쌀의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반 밥으로 짓거나 압력솥, 전기밥솥등으로 밥을 짓게 되면 쌀이 과다하게 수분을 포함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이렇게 혼화하는 과정에서 쌀알이 깨지거나 뭉개지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술에서 잡맛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이유는 우리가 술을 담을때 원형 그대로 담는 것과 손으로 다 으깨서 담는 것의 차이로 보시면 됩니다.

원형 그대로 담을때의 맑고 깨끗한 느낌과

으깨서 만들었을때 탁하고 텁텁한 느낌.. 이게 그대로 술맛에 영향을 미칩니다.

 

고두밥을 밑술에 담그면 처음엔 마치 물 말아놓은 밥처럼 됩니다.

밥이 모두 가라앉아 있죠..

혼화과정을 통해 밥알이 술을 빨아들여 위에 뜨게 됩니다.

아울러 밥알을 보면 통통하게 불어있지요.

그런데 밥알은 으깨지거나 갈라지거나 토막나 있지 않습니다..

밥알이 이런 상태로 발효시켜야 술이 잡맛이 없고 순도도 높고 깨끗하고............등등..^^;;

 

 

30분정도 혼화과정을 거치고 입항을 했습니다..

이제 노가다 과정은 끝나고 오롯이 술이 잘 익기만 바래야 합니다..

표면에 누룩을 한줌 뿌려줍니다.

술이 익으면서 열이 생기는데 이때 수분이 뚜껑에 맺혀 다시 술위로 떨어지면

그 부분에 곰팡이가 잡균이 생길 위험성이 크다고 합니다.

해서 가장자리, 표면에 저렇게 가볍게 누룩을 뿌려줘서 부패를 방지합니다..

 

밑술때 온도가 조금 낮은듯해서

이불을 한겹 더 씌우고, 안입는 파카도 덮어줍니다..

방 한구석에 곰이 한마리 있는거 같습니다..^^;;

 

이 술도 고두밥이니 48시간 발효를 하고 냉각에 들어갑니다.

물론 이전에 온도가 과하게 높아지면 냉각을 해야겠죠.

냉각후 다시 실온에서 후발효 및 숙성을 시킵니다..

보통 20일 이후면 청주를 뜰 수 있지만,.. 조금 고민중입니다..

 

 

오미자액을 더했으니 100일 숙성을 해볼까,

거른 후에 물을 적당히 섞어 돗수를 낮춘 후 100일 숙성을 해볼까..

참, 이렇게 만들면 청주건 탁주건 14-6도의 술이 나옵니다.

당도를 조금 높이면 18도까지 나오긴 하지만 16도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자연발효로 술을 만들면 18도 정도가 최고입니다.

특정 균을 넣거나 특정 성분을 넣으면 높아지긴 해도

와인도 전통주도 다른 나라의 전통발효주도 대부분 16도내외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걸 다른 과정을 통해 돗수를 높이거나 낮추거나 하죠..

 

우선 용수를 박아 청주를 뽑습니다.

이때 떠낸 청주가 그 집안의 중요한 대소사때 쓰이는 제주가 됩니다.

더낸만큼 물을 더 넣어 다시 발효시켜 한두번 더 청주를 뽑아

손님접대용, 집안 최고 어르신의 술상에 오릅니다..

이 청주들의 돗수는 14-6도 정도입니다.

서너번째부터는 물을 섞은 후 발효시켜 체에 내립니다.

이것이 탁주이고, 돗수가 10-12도 정도가 됩니다.

집안의 잔치가 있을때, 사랑방 술상에 나가게 되는거죠..

그리고 체에 내린 찌꺼기에 물을 섞어 다시 체에 거릅니다..

6-8도 정도의 "막걸리"가 나옵니다..

부엌의 여인들이나 "아랫것들"이 먹게 됩니다..^^;;

 

전 술을 못먹으니 많이 뽑는 막걸리는 건너뛰고

주로 청주를 뽑고, 탁주로 만들어 주변 분들에게 선물(-.-;;) 합니다..

언급했다시피 얼마나 후주를 하고 얼마나 숙성시키냐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니까

어떤 방식으로 할까...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