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소소한 일상
오늘은 뭘할까~
하제식초
2012. 6. 5. 09:40
해가 뜨면 눈도 떠지는 산골 생활.
새벽 2시가 넘어 잠들었지만 눈 떠지는 시간은 똑같다.
마지막 곰취장아찌 간장을 끓여놓고 메론조각으로 아침을 때우고
약을 먹으려면 배를 채워야하는데 밥통은 비워져있고 밥하기는 귀찮다.
고춧대를 세우고, 오잇대를 세우고, 제초제를 쳐야하고, 간이 비닐하우스도 철거(!)해야 하고,
꽃밭을 정리해야 하고, 꽃잔디트레이를 만들어야하고, 어렵게 구한 몇가지 꽃모종도 꼭 심어야 하고,
개집을 지어야 하고, 창고방을 정리해야 하고, 밀린 쓰레기도 태워야 하고,
농협가서 필요한 농자재도 챙겨와야하고 약들도 챙겨와야 하고,
공장도 치워야 하고, 뒤죽박죽 머릿속도 정리해야 한다.
뭘 먼저 해야 할까....ㅠㅠ
몸은 여기저기 탈이 났고, 삐거덕 거리고, 흔들리고, 쑤신다.
마음은 너덜거리고, 쓰리고, 오한에 시달린다.
왜 갑자기 이런 디프레스가 되어버렸는지 정말 모르겠다.
어쩜 난 전혀 다른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이 산골에서 늘 그런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생활을 하는.
낯설기도 했지만 반갑기도 한 기분.
정말 그렇게 돈독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마치 많이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몇년만에 봐도 얼마전 만났던 거 같은 느낌,
거의 15년만에 봤는데 정말 얼마전 본 것 같은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 참 많이 지났구나.
그럭저럭 버텨온게 40년이 넘었구나.
말투도 몸짓도 어렴풋한 기억속의 그대로인 것을 보면서
나도 그럴까.. 물어보고 싶어졌다.
머릿속이 헛헛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