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제식초 2012. 5. 16. 10:21

 

 

 

 

友和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맑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