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발효식초/식초이야기

정말 재미없는 초산균 이야기

하제식초 2013. 8. 15. 09:51

세탁기가 돌아가는 잠시 시간을 내서 초산균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초산균은 미생물중에서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을 만드는 녀석들입니다.

여기서 "들"이라고 한 것은 부르긴 초산균이라 부르지만 그 와중에도 종류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김"씨 가문의 여러 형제들.. 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같은 성을 지녔으니 같은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겠지만 그 와중에 조금씩 다른 성질이 있습니다..

 

이런 성질은 초산균 뿐만 아니라 다른 미생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예로는 "효모(yeast)"를 들 수 있습니다.

발효액도 만들고 술도 만들고 빵도 만들고 간장,된장도 만들고 참 대단한 녀석이죠.

부르긴 효모라고 불러도 속을 들여다보면 각자 나름의 이름과 특징적 역할이 있습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효모는 사카로마이세스(Saccharomyces)속인데

Saccharomyces cerevisiae(대표적 효모, 술, 빵등 제조에 이용),

Sacchoromyses sake(일본청주에 이용),

Saccharomyces ellipsoideus(포도주발효에 이용),

Saccharomyces formosensis(맥주발효에 이용),

Saccharomyces coreanus(전통탁주발효에 이용)등 유익한 효모들도 있지만,

Saccharomyces pastorianus(맥주에 불쾌한 향기를 만드는 유해효모),

Zygosaccharomyces japonicus(간장의 피막을 만들어 품질을 저해시키는 유해효모) 등 나쁜 애들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모든 발효에 이용되는 효모 하나.. 이렇게 통용되었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점차 특징적인 발효에 관여하는 효모를 추출해 배양해서

안정적으로 발효가 진행되도록 균주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제빵용 효모와 와인전용 효모입니다.

일반 가정에선 섞어 써도 큰 상관은 없지만

전문업체에서는 자기들만의 효모를 추출, 배양해서 사용합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개량누룩이나 개량메주도 여기에 속합니다.

개량누룩으로 술을 담을때는 전통누룩보다 효모의 활성이 떨어져 따로 효모를 첨가하기도 하죠.

 

포도는 자연효모가 가장 많은 식품중에 하나로

일찍이 이를 이용해 와인, 식초등 발효식품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아울러 이 분야에 대해 많은 연구가 되고 있는데요,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와인전용효모가 있긴 하지만 프랑스에선 포도 품종별 효모가 따로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재배되는 특정 품종에 존재하는 천연효모가 독특한 와인의 풍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아울러 우리 발효액에서도 재료에 따른 특정 효모군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99%의 발효액이 자연효모를 통해 발효가 되는건데 재료마다 특색있는 효모들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그중에 좀 더 능력있고 기운쎈(!!) 효모를 추출, 배양해서 이름을 부여해 등록시키는 것도..............하하하~~~~~-.-;;

 

초산균 이야길 한다면서 왜 술이니 효모니 삼천포로 빠졌냐.. 하시겠지만,

초산균도 미생물의 하나로 여기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초산균에 대한 본격적으로 알아봅니다.

 

우선 네이버 지식백과입니다.

 

에틸알코올(C2H5OH)을 산화하여 아세트산(CH3COOH)을 생성하는 성질을 갖는 세균군의 속명.

액면에 피막을 형성하는 매우 호기적인 그램음성간균으로 주모성(周毛性, peritrichous)의 편모를 가지고 있다.

A. aceti는 식초양조에 이용된다.

한편, A. xylinum은 액면에 셀룰로오스의 두꺼운 피막을 형성하며, 식초양조에 있어서는 유해균이다.

출처 영양학사전, 채범석, 김을상, 1998.3.15, 아카데미서적

 

이번엔 두산백과를 살펴봅니다.

 

그람음성 호기성 세균의 한 속(屬). 아세토박터라고도 한다. 공기가 풍부한 액면(液面)에서 잘 번식한다.

대개 짧은 막대모양이지만, 사슬모양으로 연결된 경우도 있다.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여 알코올을 아세트산으로 변화시키는 아세트산발효를 일으킨다.

아세트산균의 생육 최적온도는 20∼30℃이며, 10℃ 이하 또는 45℃ 이상에서는 번식력이 매우 약해진다.

또한, 알코올 농도가 5∼10%의 범위가 아니면 균이 발육하지 않고 생성된 아세트산 농도가 10% 이상이 되면 균은 모두 죽는다.

맥아식초, 사과초, 양조식초, 알코올식초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하나 더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나온 초산균에 대한 설명입니다.

 

초산균에는 알코올을 산화하여 초산을 만드는 균과 포도당을 산화하여 클루콘산이나 케토산을 만드는 균으로 나누어진다.

전자를 Acetobacter, 후자를 Gluconobacter라고 부른다.

주로 초의 제조에 관여하는 Acetobacter는 Pseudomonadaceae에 속하는 호기성의 세균으로 타원 또는 단간상으로

세포는 단일 또는 짧은 연쇄상을 하고 있는 등 종류에 따라 다르다.

장기배양, 고온배양, 과잉식염, 알코올 첨가배양 등에 따라 실모양, 그래프 모양, 약간 부푼 것 등 특이한 모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포자는 형성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액의 표면에 번식하여 균막을 만든다.

주편모나 극편모를 갖고 운동성이 있는 것과 편모를 갖지 않는 비운동성의 것이 있다.

젊은 세포는 Gram 음성이지만 오래된 세포는 Gram 양성이 되는 경우도 있다.

Acetobacter속은 4종으로 분리되는데 A. aceti, A. liquefaciens, A. pasteurianus와 A. hansenii이다.

오랫동안 세포외에 셀룰로오스의 두꺼운 막을 만드는 균으로 알려지고 있는 A. xylinum은 제외되었다.

Glucanobacter는 1속, 1종으로 글루콘산, 소르보스 등을 만든다.

초산균 (식품과학기술대사전, 2008.4.10, 광일문화사)

 

영어도 섞이고 어려운 단어도 있지만 대충 공통된 내용을 간추려보면

 

초산균은 호기성 세균으로 알콜을 산화시켜 초산을 생성한다.

액면에 피막을 형성한다.

생육환경은 20-30도의 온도, 알콜농도 5-10%, 아세트산 농도가 10% 이상이면 사멸. 정도입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본문들에서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초산균에 종류가 여러개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식초 만드는데 쓰이는 초산균은 A. aceti지만

같은 초산균 중에도 A. xylimun이라고 하는 애들은 혼탁을 일으키고 두꺼운 셀루로오즈 막을 만드는 유해균이라고 합니다.

또, 이 자일리넘이라는 녀석은 초산을 산화시키기도 해서 점차 초산함량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넘들이 만든 셀루로오즈는 추출, 배양해서 가공한 후에 산업분야에서 쓰인다고 합니다.

 

초산균의 종류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A. aceti, A. schuezenbachii, A. vini acetati, A. orleanense, A. oxydans등등

우리가 먹는 초산을 생성하는 초산균은 이정도 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것들이 좋아하는 환경이 조금씩 다르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A. aceti는 곡물 위주의 술에서 활동합니다.

A. vini acetati, A. orleanense, A. oxydans 요넘들은 포도주를 좋아하는 애들이구요,

특히 오르레앙스(A. orleanense), 이넘은 프랑스 오를레앙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식초에 특별히 쓰인답니다.

그래서 이름도 저렇게 붙였다네요..

A. vini acetati 이 놈은 이름(vini)에서 볼 수 있듯이 포도주를 이용한 양조에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물론 가끔은 평범함을 벗어나는 놈들도 있습니다.

A. acendance는 산 생성력이 10.9%이며 알코올에 대한 저항은 12%입니다.

일반적인 A. aceti의 생성력이 6.6%고 알콜저항도가 10%인걸 보면 대단하죠~

그런가하면 A. oxydans는 초산 생성력이 가장 낮은 2%와 알코올에 대한 저항력 역시 7%정도로 낮습니다.

A. schuzenbachii라는 애들은 초산생산 속도가 엄청나서 일명 속초균이라고도 합니다.

산업적으로 대량의 초산을 빨리 만들때 애네들을 쓴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대학의 논문들을 보면

특정 식초에서 우량균주를 증식해 고품질의 발효식초를 만드는 법에 대한  내용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주로 감식초, 흑초, 매실초등에서 균주를 찾아내는데

흥미로운게 추출한 균주를 갖고 배양실험을 하게되면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겁니다..

 

즉, 과일초에서 추출한 초산균은 곡물을 이용한 알콜에서 배양능력이 떨어진다든가

감식초나 매실초등 특정 과일에서 추출한 초산균은 일반적인 배양 환경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든가.. 하는거요.

그래서 일부 대학에선 특정 식초에서 추출해 증식한 균을 등록시킨 곳도 있습니다.

주로 감식초에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감식초 나름의 독특한 발효과정 덕분에 독특한 성질을 가진 초산균이 만들어지는 가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길 하는 이유는요..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종초에 대한 설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발효식품도 마찬가지지만 식초 역시 종균의 역할이 무척 큽니다.

발효식초면 다 된다.. 라고 하는데, 맞습니다.

발효식초엔 초산균이 살아있으니 다 종초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초산균에 대해 이해가 되신다면 종초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셔야 합니다.

막말로 난 혈통 좋은 순수 진도개를 원하는데

그냥 시골마다 한두마리씩은 있는 시골 진도개를 종견으로 쓰는 겁니다.

외모가 비슷하니 조상 어디선가 진도의 피는 섞였겠죠.

근데 "변견"의 피도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그래도 뭐 상관없다면.. -.-;;

 

발효식초엔 초산균 외에도 다른 균들이 많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초산균 자체도 발효환경에 대한 내성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종초로 쓰일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기타균들이 활성화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과일주로 초산을 만들던 애들은 곡물주일때 초산 생산능력이 통할지,

곡물주에서 주로 키워진 초산균이 산성이 강한 과일주에 넣어졌을때

과일마다 지닌 독특한 산과 방향에 대한 내성을 갖고 정상적인 초산을 생성해낼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잠재되어있는 기타균들도 그들이 좋아하는 환경에 마주하면 초산균보다 더 활발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종초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부분인데요,

식초를 오랫동안 만든 집에선 식초가 잘 됩니다.

그집엔 오랜시간 식초가 만들어지면서 그 환경에 적응한 초산균이 공기중에 늘 잠복해 있으니까요.

특히 식초 항아리가 따로 있다면 당연 종초의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그런 집이면 정말 종초는 따로 담지 않습니다..

그냥 늘 먹던 발효식초를 부어도 됩니다.

 

그런데.. 식초를 처음 담아야 하는 우리 집은........

우리집에 적응한 초산균도 없을뿐더러 초산균이 살고있는 항아리도 없습니다.

오랫동안 식초를 만든 집에서 잘 만들어진 식초를 가져다 넣으면 우리집도 식초가 잘 될까요..??

과일의 높은 산도와 당에 내성이 생긴 애들을 곡물주에 넣어놓으면 룰루랄라~ 할까요..??

 

종초는 그냥 초산균을 가져다 넣는 것이 아니고

그애들을 다시 우리집, 나의 식초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내성을 키워 놓은 것을 말합니다.

종초를 구했다 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식초에 투입하는게 아니고

되도록 순수한 주정에 증식시켜 우리집 환경에서 생산성과 활동성을 극대화 시킨 후에 적용시켜야 하는 겁니다..

 

순수한 주정(살균한 물과 술)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순수하게 초산 생산능력만 극대화 시킨 후 새로운 발효환경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잠복되어있는 다른 균을 몇번의 종초늘리기를 통해 사멸시키는 것도 목적입니다.

또,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초산균마다 만드는 초막이나 발효상황, 초산 생산능력이 조금씩 다릅니다.

투명한 주액에서 이것들을 관찰하는게 용이하기 때문에 초산균의 특징을 숙지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아.. 식초 하나 먹자고 정말 복잡하네요..^^;;

그죠..??

 

근데 성공율 50%를 걸고

좋은 재료와 오랜 발효, 숙성시간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조금이라도 성공확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면 고려해야할 부분이 아닐까요..??

 

종초가 없으면 사실 성공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더구나 처음 초산발효를 한다면 더더군다나 안됩니다.

종초를 구했다고 해도 그 종초를 그냥 부어버리면 성공율은.. 50%입니다..

그런데.. 직접 배양해놓은 종초를 쓰면 80-90%로 높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식초농장은 종초가 따로 없습니다.

끊임없이 발효시키면서 그 항아리를 계속 쓰니까요.

완성된 식초를 일부 덜어내고 새로 술덧을 해서 넣어 발효시키고..

근데, 그들도 처음 시작할땐 수십개의 초항아리에 각기 다른 방법으로 발효시키면서

완성된 식초를 판별하고 그중 제일 품질이 좋은 항아리를 골라 그것을 종초로 사용합니다.

한번 종초가 완성되고나면 다시 종초를 늘리거나 그럴 필요없이

그것을 계속 꾸준하게 이어 만들어 갑니다.

 

뿐만아니라 발효식초로 유명한 동네에 가면 동네 초입부터 초냄새가 진동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공기중에 초산균 밀도가 높은거겠죠.

이런 곳에서 종초 없이도 조건만 맞으면 식초가 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재료와 배합으로 다른 식초를 만들려고 하면

지금 한창 발효중인 식초를 가져다 쓰는게 아니고

순수배양한 초산균을 갖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여러개의 항아리를 만들어 가장 품질이 좋은 식초를 골라 그 항아리를 종초로 쓰는거죠.

 

이미 발효식초를 만들고 있으면 종초는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처음 시작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꼭 '내종초"가 필요합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식초를 만들어 먹고 싶으시면.. 이 넘을 키우세요...

종초..^^;;

 

세탁기가 다 돌았나봅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